제 3 장 자기의
자기 의는 자신의 의로움에 대한 신뢰입니다. 회심을 통해 하나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비천한 존재임을 깨닫는 자기 깨어짐을 통해 깨뜨려야 합니다.
I. 자기 깨어짐에서 말하는 자기의
‘의’는 하나님의 요구에 부합하는 상태나 삶의 태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자기의’는 의로워지는 자원을 인간 자신에게 둔 ‘의'입니다. ‘자기의’라는 말속에는 이미 그것이 하나님 앞에 받아들여질 수 없는 종류의 '의'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시 18:14).
‘자기의'는 자신을 사실 이상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교만이라는 죄의 성향과 일치합니다.
이런 '자기의'는 예수 그리스도 구속의 공로를 낮추고 구원을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 그리스도를 의존하지도, 하나님께 순종하지도 않는 죄를 가볍게 여기는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복음의 교리를 아는 지식이 현저하게 부족하거나 영적인 깊은 어두움 가운데 죄에 대해 무감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중생자인 경우에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부인하거나 신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그리스도의 구원을 필요로 하는 죄인이기는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 철저히 부패하고 무능한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세상의 판단에 따라 자신을 의롭다고 자신을 정당화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의 부족함과 악함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전심으로 의존하지 않으며 온전한 순종의 삶도 불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신자의 '자기의'는 '소극적 의'와 '적극적인 의'로 구분이 되지만 '교만'이라는 한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분리가 되지 않습니다. ‘소극적 자기의’는 스스로 하나님의 요구에 충분히 순종하였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책망받을 것이 없는 상태에 도달했거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적극적 자기의’는 자신이 하나님을 충분히 헌신적으로 섬기고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에 빠진 자는 거룩하신 하나님과 자신 사이에 중보자가 필요하다는 믿음이 약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를 의지하는 믿음이나 그리스도의 의가 없는 자는 결국 하나님의 거룩함에 대항하는 존재가 됩니다.
II. 율법적 의와 복음적 의
‘율법적 의'는 의로워지는 자원을 자기 안에 둔 것으로, 율법을 준수함으로 얻게 되는 '의'입니다.
율법은 하나님의 흠 없는 계획과 인간의 정욕을 억제하며 거룩한 백성이 살아야 할 표준을 제시하지만, 율법적 의는 인간이 획득할 수도 없거니와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롭다고 할지라도 의로워지는 자원을 자신 안에 둔 것이므로 하나님 앞에 선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율법적 의는 우리를 하나님 앞에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적 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위해 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율법의 요구를 이루어 의의 근원이 되셨고, 우리는 자기의 죄를 회개하고 그리스도의 의를 전심으로 목말라함으로 그 의를 덧입게 되어 하나님 앞에 받아들여진다는 믿음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따라서 복음의 의를 받아들인 사람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기가 의로워진 모든 근거가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자적 사역에 있음을 압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향한 충만한 사랑과 자기 안에 남아 있는 죄에 대한 극도의 미움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III. '자기의'의 악덕스러움
신자가 '자기의'를 신뢰하는 상태에서는 창조의 목적인 선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 대한 절대 의존을 떠난 의’는 하나님을 의존하는 관계를 벗어나 하나님 앞에 받아들여질 만한 의를 성취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것입니다. 인간의 타락과 부패한 경향성은 끊임없이 하나님께 불순종하게 하고 악한 세상의 죄스러운 환경은 더욱 그렇게 살기 쉽게 만듭니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존하며 살아야 할 존재로서 소명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사랑에 종속되지 않은 의’는 인간이 타락으로 전일성의 부패로 말미암아 결함을 가진 의이며, 사랑이 깨어진 의이기에 하나님의 창조의 목적인 선에 자신의 선행의 목표를 합치시킨 것이 아니기에 창조 목적에 기여하지 못하는 의입니다. 또한 하나님과 인격적인 사랑을 토대로 하고 있지 않은 의이기에 사랑으로 교통 하는 인격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하나님께 대한 순종이 결핍된 의’는 순종이 결핍되어 있으므로 진정한 의미에서 의일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 대한 지순한 사랑만이 하나님께 대한 온전한 순종을 가져오는데 그렇다고 노예적인 복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하나님을 소중하게 여기고 기뻐하는 신자의 자원적 사랑에 비롯된 순종입니다.
‘하나님의 생명으로부터 떠난 의’는 신자가 영적 생명에 힘입어 주님의 거룩한 성품을 따라 살아가고 싶은 소원을 갖고 거룩한 삶의 실천을 통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의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생명의 작용이 없거나 현저히 결핍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의로운 삶의 실천인 하나님의 생명인 은혜의 작용이 없기에 하나님의 모든 뜻에 복종하지 않습니다.
IV. '자기의'와 거룩한 삶에 대한 지성적 혼란.
소제로 바쳐지는 고운 가루처럼 깨어져야 할 '자기의'와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의로운 삶을 실천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와 거룩한 생활의 관계에 대한 무지함’으로 '자기의'를 신뢰하기에 그리스도를 의지하는 마음과 하나님께 대한 절대 의존의 감정이 없습니다.
거룩한 삶은 의로운 삶의 실천으로서 자기를 구원해 주신 하나님의 요구에 부합하고자 하는 생활의 열매입니다. 우리를 하나님 앞에 받아들여지게 하신 분은 오직 우리의 의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그리스도의 중보를 통해 하나님께로부터 모든 좋은 영혼의 은혜와 각양 축복들이 내려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분 외에 누구도 우리를 하나님 앞에 세울 자가 없습니다.
‘의로운 삶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율법 폐기론적 태도는 인간의 의로운 행실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부정하거나, 그렇게 살 가능이 없는 것처럼 언명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의로운 삶을 살려고 애쓰는 것보다 하나님의 은혜를 전심으로 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나님 앞에서 구원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는 분투하는 의지가 없는 신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하나님의 은혜를 전심으로 바라는 목마른 자로 남을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갈망은 의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V. 구원의 열매인 의로운 생활.
구원받은 신자의 삶은 그 구원의 열매입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의의 열매입니다.
신자의 의로운 삶은 거룩한 내적 은혜의 열매이며, 이것을 통하여 하나님은 신자의 내면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이 드러나는 것을 보시고 그것을 통해 영광을 받으시는데, 이는 곧 그 열매를 통해 하나님이 드러나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 흘려보내는 통로가 되고 모든 구원받은 백성으로부터 영광을 받으시는 방식입니다. 하나님 앞에 다다를 수 있는 가장 수준 높은 성화의 상태는 하나님의 영광을 향한 견딜 수 없는 목마름입니다. 신자의 내면의 세계가 이미 거룩해져 있지 아니하고는 존재할 수 없는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향한 갈망 속에서 사는 신자의 삶은 하나님께서 이 땅에 있는 신자들에게 기대하시는 최고의 삶입니다. 그의 삶은 이 간절한 갈망을 따라 실제적으로 재편될 것이며 그가 가지고 있는 소유와 모든 은혜의 자원들은 이러한 갈망을 자신의 삶의 영역 안에서 성취하는 일에 집중해서 투자될 것입니다.
의로운 삶의 열매를 맺게 하신 분은 하나님 자신이며, 이러한 의로운 삶의 열매는 내재하는 은혜로부터 비롯되었고 그 은혜를 소유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많은 삶의 열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든 공로를 하나님께 돌리며, 은혜를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중생과 함께 신자 안에 심긴 은혜는 이러한 삶의 원인론적인 동기가 되고 동시에 목적론적인 동기가 됩니다. 거룩한 삶의 실천의 경험은 신자 안에 내재하는 은혜를 강화합니다.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이 동기가 될 때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한 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신자가 확신해야 할 것은 '자기의'가 아니라 자신의 죄이며, 의의 기원으로서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을 대적하는 당사자로서 자신의 죄와 그 죄의 비참함입니다. 자기 깨어짐에 있어서 죄에 대한 사랑과 '자기의'에 대한 신뢰가 나누어질 수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향한 견딜 수 없는 목마름이 있을 때 '자기의'가 깨어지며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며 살아가는 의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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